초기 스타트업의 적정 기업가치는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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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1, 2024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할 때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기업가치와 투자 금액인데, 지표가 아직 부족한 스타트업의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업가치와 투자 금액 이 두 가지 요소는 스타트업의 지분 희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반적인 기업가치 평가 방법

간혹 스타트업의 자본금이나 주식 액면가가 투자 유치 시 기업가치에 크게 영향을 주는지 문의하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이런 유형자산보다는 미래의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무형자산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자본금이 꽤 크다면 기업가치에 ‘곱하기(×)’는 아니더라도 ‘더하기(+)’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고, 공동창업자들의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측면에서 투자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법적인 평가 방법

흔히 ‘상증법’이라고 부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평가 방법이 있으며, 비상장주식의 경우 순손익 가치와 순자산 가치를 가중평균하여 산정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 순이익이 없으며 장부상의 유형자산 가치도 작기 때문에 특히 초기 스타트업을 평가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2. 현금흐름에 기반한 평가 방법

‘DCF(Discounted Cash Flow : 현금흐름할인법)’라고 해당 기업이 향후에 벌어들일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여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입니다. 역시나 초기 스타트업은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3. 유사 기업 기업가치에 기반한 평가 방법

PER(Price Earning Ratio : 주가수익비율), PBR(Price Book-value Ratio : 주가순자산비율),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유료 가입자 수 등의 지표를 활용하여 동종업계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만약 상장사이거나 업계의 1위 기업이면 관련된 프리미엄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주로 상장사나 크게 성장한 기업의 가치 평가에 많이 활용되며,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 영업이익이 없지만 매출이나 총거래액(GMV : Gross Merchandise Volume)이 클 때는 PSR(Price Sales Ratio : 주가매출액비율) 지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표가 거의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평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객관적인 수치가 없어 투자자별로 편차가 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스타트업을 두고 A 투자자는 50억 원이면 적절한 기업가치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B 투자자는 기업가치 30억 원에도 투자하지 않겠다고 느낄 수 있는 거죠.

투자자의 스타트업 기업가치 고려 요소

객관적인 지표가 적은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평가에는 투자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적정한 기업가치를 측정하려 노력합니다. 투자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1. 내부 컨센서스(Consensus)

기본적으로 투자사 내부에, 성장률을 고려한 미래의 적정 기업가치에서 역으로 현재의 적정 기업가치를 계산하거나 그간의 투자 경험이나 자체 가이드에 따른 컨센서스가 있기도 합니다. 업종별로 잠재적인 시장의 크기, 스타트업의 경쟁우위, 서비스/제품/수익 모델 등의 진행 단계를 고려하여 산정된 대략적인 적정 기업가치이죠. 그리고 일부 시드 투자자는 기업가치와 투자금액을 획일화해 고정해 두기도 합니다.

2. 미래 성장 잠재력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적정 기업가치보다는 해당 스타트업이 미래에 어느 정도까지 성장이 가능한지가 수익 배수 측면에서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성장 가능성이 투자자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면, 투자자로서는 현재의 기업가치라도 상대적으로 낮아야 목표 수익 배수를 달성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반대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더라도 목표 수익 배수에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의 한계로 인해 해당 스타트업이 아무리 잘해도 기업가치 200억 원 정도까지만 성장 가능하다면, 최소 3배 이상의 수익 배수가 목표인 투자자 입장에서 100억 원은 물론이고 80억 원의 현재 기업가치조차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판단하기에 현재 적정 기업가치는 100억 원 정도로 보이나 향후 기업가치가 1,000억 원이나 2,000억 원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매력적인 스타트업이라면, 120~130억 원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선행 투자의 기업가치

첫 투자 유치가 아닌 스타트업의 경우, 간혹 후속 투자자가 기존 투자 유치 시점의 기업가치나 지표 -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없으면 서비스 지표를 활용 - 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현재 기업가치 산정에 참고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스타트업이 1년 전 시드 투자 유치 때 MAU(월간 활성 사용자) 1만 명에 기업가치 15억 원으로 투자를 받았고, 현재 MAU가 3만 명에 투자 유치 희망 기업가치가 100억 원이라면, 후속 투자자는 100억 원의 기업가치가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때론 이런 이유로 선행 투자 유치 시 클로징(자금 납입)이 너무 늦어지면 후속 투자 유치 때 기업가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가 정말 매력적인 스타트업이라고 판단한다면, 과거 기업가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4. 시장의 상황

투자자가 고려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결국 적정 기업가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일종의 경매 형태로 최종 결정되는 편입니다. 투자자별로 선호도가 다르지만, 인기가 많은 매력적인 스타트업일수록 아무래도 좀 더 높은 기업가치에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커지고, 인기가 적을수록 기업가치가 낮아지거나 혹은 투자 유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죠.

개별 스타트업의 매력도 외에, 투자시장 전체의 시중에 풀린 투자금 규모 대비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스타트업의 숫자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며, 경제적인 상황 또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내의 경우 2020년 현재 투자 생태계에 자금이 많이 풀린 편이라, 국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좀 과열된 면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경제적인 우려로 인해, 일부 투자자는 좀 더 투자에 신중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적정 투자 금액과 지분 희석

기업가치와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투자 금액입니다. 투자 금액은 필요 자금 규모와 지분 희석 두 가지 측면을 함께 생각해봐야 합니다.

1. 필요 자금 규모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을 만큼 성과를 내거나, 혹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고려하여 적정한 투자 금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시드 라운드나 브릿지 라운드면 더 짧아도 되지만, 보통 1년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금액을 권장하며, 최소 1년 이상은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시리즈 A 이후는 투자 유치에 드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고려하여 가급적 넉넉한 자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자금 조달에만 신경 쓰느라 다른 경영활동에 지장이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기업가치를 예상보다 높게 평가받았다면 투자 금액이 여유로워야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를 위한 지표까지 성장할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공동창업자들의 급여 책정을 초기부터 높게 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흐름 문제와는 별개로 리스크를 별로 지지 않으면서 남의 돈으로 스타트업을 경영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창업의 의지에 대해서도 투자자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투자 유치 이후 일반 직원들부터 정상적인 급여를 먼저 지급하고, 공동창업자들은 보통 시리즈 B 투자 유치 이후에서야 정상적인 급여를 받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지분 희석

스타트업은 여러 라운드에 걸쳐서 투자 유치를 지속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공동창업자의 지분 등 우호지분이 너무 줄어들게 되면 스타트업 거버넌스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표의 지분율은 향후 상장 심사 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이러한 이슈는 투자자도 고려하게 됩니다.

투자 금액이 커지거나 혹은 같은 투자 금액일지라도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지분 희석이 커집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없다면 낮은 기업가치에 맞추어 투자금액을 줄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큰 자금이 필요한 인프라 산업의 스타트업일 경우 누적된 지분 희석률이 높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소규모 자금으로도 빠른 성장이 가능한 ICT 분야 스타트업은 누적된 지분 희석률이 낮을 수 있습니다. 지분 희석률에 정답은 없지만, 현재까지 누적된 지분 희석률을 고려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의 가상 스타트업 D의 누적 지분 희석률을 참고하세요.

적절한 지분 희석과 넉넉한 투자금액은 서로 트레이드오프 관계인데, 너무 과한 지분 희석만 아니라면 필요한 투자 금액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기업가치 협상하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높은 기업가치에 투자를 받고 싶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의 적정 기업가치는 스타트업의 희망 기업가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협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스타트업은 시장 가능성과 팀의 경쟁력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어필할 것이고 투자자는 예상되는 리스크와 미래 성장의 한계 가능성을 상정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려 할 것입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1. 기업가치보다 투자 금액 먼저

보통은 첫 미팅 때 희망하는 투자 금액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희망 투자 금액에 기반하여 예상되는 지분 희석을 고려해 대략적인 기업가치 범위를 추정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 프리 시리즈 A 투자자에게 희망하는 투자금액이 7억 원일 때, 투자자가 10~15% 지분을 가진다고 가정하면 대략 47억 원~70억 원 사이의 기업가치로 생각하게 되죠. 때로는 투자자의 빠른 투자를 전제로 스타트업이 첫 미팅 때부터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적정 기업가치보다 너무 과하지 않아야

스타트업이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와 투자자가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는 시작점부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스타트업과 투자자 각자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의 차이를 협상을 통해 점차 좁혀가게 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투자자가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의 200~300%로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를 제안할 경우, 투자자가 시작부터 포기하고 모두 떨어져 나갈 수도 있으니, 처음에 제시할 기업가치를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투자시장에서 인기가 많다면 투자자가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의 130% 정도에서 협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투자자가 생각하는 적정 기업가치의 100%나 그보다 조금 높은 정도로 협상이 되며, 인기가 별로 없다면 투자 유치 자체가 불발될 수도 있습니다.

3. 기업가치는 자존심이 아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일종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최종 목적지가 아닌 중간 기착지인 기업가치에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른 스타트업과 단순하게 비교해 “우리도 그 정도 기업가치는 인정받아야 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는 외부에서는 모르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사의 후속 투자 유치 시 기업가치가 아무래도 많이 높아지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열에 여덟 정도는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사의 후속 투자 유치 시 희망 기업가치가 좀 과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스타트업의 희망 기업가치가 과하게 높다고 생각되면, 차라리 더 매력적인 기업가치의 경쟁 스타트업이나 유사 스타트업에 대신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론 이런 이유로 여러 투자자가 모두 경쟁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를 진행하는 바람에, 뒤늦게 희망 기업가치를 낮추어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있죠.

4. 높은 기업가치가 독이 될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스타트업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협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스타트업이 기업가치에만 과하게 집착할 경우 과연 창업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는지, 그리고 장기간 동반자로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기업가치 높이기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기업가치 외에 특히 초기 투자 유치 시 중요한 합이 맞거나 필요한 조력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자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투자 유치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본연의 경영 업무에 소홀해져 기회비용 문제가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후속 투자 유치 시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죠.

실제로 한 스타트업은 단순히 기업가치를 후하게 평가해 주는 투자자만 찾은 끝에 결국 다른 투자자보다 50% 정도 더 높게 평가해 주는 곳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투자 유치 클로징까지 소요 기간이 4개월이나 더 걸렸는데, 그 4개월 동안 스타트업이 50% 이상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그 기업가치는 높은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4개월 전에 다른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를 빨리 끝내고 사업에 더 집중했다면 그사이에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때론 너무 무리하게 기업가치를 높인 것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히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어떤 스타트업은 1년 6개월 뒤 투자금이 소진되었지만, 높은 기업가치에 비례하여 높아진 목표 지표에 크게 못 미치어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 실패로 폐업을 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스타트업 투자 유치 전략』 매쉬업벤처스 이택경, 한국벤처투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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